어느덧 핀란드에서 석사 공부를 시작한지 일 년이 다 되어 간다. Academic year 1년.
2주 후에 있을 시험을 보고, 5월 마지막 날에 몰려있는 각종 실험 보고서들을 내고 나면, 2학기, 총 4 피리어드가 끝나고, 석사 학위까지 1년도 안 남게 된다. 여기 올 때, 정말 예상치 않았던 진학이기에, 마음 속으로 계속 열심히 하자고 되뇌였고, 적응기라 할 수 있는 첫 한 달 정도를 제외하면, 정말 정신 없이 강의 가고, 숙제하고, 틈틈히 연구도 했다. 중간에 겨울 방학이라고 해봤자, 크리스마스/신정 연휴 2주 정도를 제외하면 정말 쉴 틈이 딱히 없었다. 물론 열심히 한다고 해봤자, 워낙 집중력이 떨어지는 나이기에 하루에 강의 등을 제외하고 3~4 시간씩 공부를 간신히 했을 나름이지만, 그냥 스스로는 꽤나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며 버텼다.
그런데, 정말 이제 한 달만 빡쎄게 하면 잠시마나 아무 생각 없이 쉴 수 있는데, 그나마 조금이라도 갖고 있던 집중력이 동 나 버렸다. 도서관에 앉아 있어도 마음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출장가 있고, 교과서를 읽고 있어도 교과서의 글들은 은하철도999를 타고 안드로메다로 가버리니, 영 공부가 안 된다.
일단 조금 더 바싹 정신차리고 5월 중순까지 후다닥 프로젝트며 공부를 끝내고 5월 마지막 주는 그냥 뻗어서 놀아야겠다.
덧. 핀란드에서 가장 큰 명절(?) 중 하나인 Wappu가 내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직장인들은 쉬는 노동자의 날. 여기는 완전 축제 분위기다. 사실 축제라고 해봐야, 길거리에서 밤새 술 마시고 떠드는 것이 전부이지만, 괜히 핀란드 전역이 들썩이고, 내 마음까지 들썩인다. 하지만, 그러면 뭐하나.. 절대 듣지 말았어야 하는 Computer vision 과목 때문에 아무도 없는 도서관에서 230페이지 정도의 lecture slide와 500페이지 정도 되는 교과서를 읽고 있어야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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