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23 12:44

마카오에서 공연을 보다. Li + Fe

홍콩에서 배를 타고 마카오로 건너가 처음 들린 곳은 카지노였고, 그 카지노에서 룰렛을 하여 그날 하루 관광에 필요한 택시비와 저녁 식사 값을 벌고, 첫 목적지인 등대로 향했다. 사람이 갖고 있는 시간 감각을 최대한 둔하게 만드는 카지노의 특성에 둔해져 버린 나의 시간 감각 덕에 이미 해는 눈 앞에서 사라져 땅 밑으로,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고 칠흙 같은 어두움 속에서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등대를 만났다.



등대를 보며 몇 장의 사진을 찍고, 등대 옆에 서서 마카오 시내를 내려다보며, 뇌리 한 구석에 공포를 한줌 움켜쥐고 등대에서 내려와 택시를 타고 마카오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앞면만 남은 안타까운 성당으로 향했다. 성당 앞 광장 계단에 삼삼오오 모여서 담배를 피고, 사진을 찍고, 담소를 나누고, 야식을 즐기는 마카오 사람들을 보며 여유로움을 느꼈고, 앞면만 남은채 산산조각나 있는 성당을 보며 세월을 느꼈다.

성당을 뒤에 두고 옆에 있는 박물관 쪽으로, 아니 실상 공원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곳으로 향했고, 어느 순간부터 귀에 들려오는 음악 소리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분한 조명 아래서 흔히 접할 수 없는 악기를 들고 있는 밴드가 공연을 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무대 앞을 가득 메운 의자에 앉아서 조용히 그렇지만 흥겹게 공연을 관람하고 있었다.

뒤쪽 빈 자리에 자리 잡고 앉아서 조용히 하지만 여전히 흥겹게 어깨를 들썩이며 4곡 정도를 듣고 보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길을 나섰다.


단 한나절의 일정으로, 계획 없이, 가이드북 없이, 일정 없이 찾아간 마카오는 음악이라는 깜짝 선물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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