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시한부였던 회사 생활이 드디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끝이 가까워질 수록 뒤를 한번씩 돌아보게 되고, 내가 속해있는 이 터널의 구조를 살피기 시작했으며, 벽에 생긴 균열들이 더 눈에 띈다. 관리자들은 없고 개발자들만 있는 회사, 제품 개발의 일정이 없고 있다해도 1~2년 미뤄지는 것은 일도 아닌 회사, 개발하는 제품/모듈에 대한 최소한의 정해진 스펙 없이 일단 만들고 보는 회사, 시장 조사 없이 구글링만으로 조사를 마치고 개발을 시작하는 회사, 팀원이 하는 일을 파악하지 못하는 팀장들이 이끄는 회사, 권한은 주지 않지만 책임을 지워주는 회사.

ZDNet Korea 칼럼에 종종 주옥 같은 글을 올리는 류한석씨의 이번 컬럼 "당신의 조직은 개발자를 올바르게 관리하고 있는가?"은 특히나 관리라는 측면에서 이 회사가 안고 있는 심각한 균열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직원들이 여름에 더운 와중에도 중앙 냉방 때문이라는 변명 아닌 변명을 해가며, 사무실 온도를 최고 38도까지 끌어올린다. 그러면서 일이 많은데 야근을 하지 않는다는 질책 아닌 질책을 풍기며 관리자들이 사무실을 돌아다닌다. 직원들이 한여름에 밖에 나가서 음료수를 마시며 밖이 더 시원하다고 말하는 것이 정상일까? 38도라는 온도는 일반적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온도로 가만히 앉아있으면 온몸에서 땀이 줄줄 흐르고, 한시간 동안 업무를 하면 호흡이 곤란해지며, 출근할때는 퇴근할때쯤 갈아입을 옷을 한벌씩 더 챙겨야 하는 웃지 못한 상황을 만들곤 한다.
나에게 이런 열악한, 아니 최악의 업무 환경을 제공하는 회사에 대한 신뢰가 생길 수 있을까? 이 회사는 류한석씨가 지적한 "신뢰 상실"은 기본이요 "건강 상실"이라는 비용까지 덤으로 챙기는 것 이다.
류한석씨의 칼럼은 소프트웨어를 주제로 잡고 한 것이지만, 이 회사처럼 하드웨어 개발을 하는 경우에도 별반 차이는 없다. 고객사로부터, 또는 내부 검토로부터 요구되는 기능이 생기면 해당 기능에 대한 정확한 스펙을 잡고 해당 스펙에 맞게 일정과 인력을 구성한 후, 개발에 착수하는 것이 기본이라 생각된다. 기능 개발을 요구받아서 정확한 스펙을 요구하면 해당 기능을 요청한 고객 또는 타 부서에 요구해야 하는 것이 관리자임에도, 그 누구도 그런 요구를 하지 않고 스펙을 안 준다. 나, 개발자는 역시나 구글링을 해보고 상상력을 동원하여 기능 개발을 한다. 물론 이렇게 개발된 기능을 받아본 고객 또는 내부 인원들은 만족할 수 없고 실상 개발 안하느니 못한 일이 되어 버린다.
이리 저리 뛰어다니며 3년 가까이 방방 뛴 결과는 내가 책임져야 하는 수 많은 일들이지만, 여전히 나는 회사 최말단 사원으로 최소한의 권한도 갖고 있지 않다. 이 회사에서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관리자라는 호칭을 듣는 사람들은 권한 위임을 안 하고 자기 혼자 일을 하고 개발자들에게 "도움"만을 받는다. 와중에 "도움"을 잘 주는 개발자에게는 지쳐가는 관리자의 넘쳐나는 일들을 나눠주기 시작하고 그 개발자는 "권한"없는 "책임"을 양쪽 어깨에 진 채로 역시나 지쳐간다. 펑펑 노는 많은 개발자들과 지쳐 나가 떨어져가는 소수 개발자들, 그리고 사용할 줄 모르는 "권한"을 칼집에 소이 모셔놓은채 역시나 지쳐서 쓰러져 가는 관리자들을 보고 있자면 이 회사의 앞날은 깜깜하다.
신기술들이 속속 나오고, 논문 속에서만 존재하던 기술들의 구현이 요청되는 상황이지만, 관리자도 모르고 개발자도 모르니 그 기술은 구현될 수 없고, 시장 경쟁에서 회사는 밀려날 수 밖에 없다. 틈틈히 자투리 시간을 쪼개 혼자 공부하는 개발자도 있지만 역부족이다. 분명 더 많은 경험을 갖고 있고, 꼭 뛰어날 필요는 없지만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는 관리자들이 개발자들의 업무 및 생활에 대한 조언을 해줘야 하고 그들의 능력 향상을 위한 각종 교육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현실은 일이 급할 때는 개발자들을 쪼고, 한가할 때는 펑펑 놀게 놔두는 것이 관리자의 일이니, 관리받는 직원들의 능력은 정체되고 기술 중심의 회사는 정체된다.
나갈 때가 되어서 그런지 한없이 나쁜 점들만 보이고 나갈 핑계거리로 쓸만한 것들만 눈에 띄는 시기에 이런 주옥 같은 글이라니 정말 반가울 수 밖에 없다. 몇일 후, 아니 몇 주 후 제출할 퇴사 서류에 꼭 이 칼럼을 첨부하는 것이 이 회사에 할 수 있는 나의 마지막 배려 아닐까 생각된다.

ZDNet Korea 칼럼에 종종 주옥 같은 글을 올리는 류한석씨의 이번 컬럼 "당신의 조직은 개발자를 올바르게 관리하고 있는가?"은 특히나 관리라는 측면에서 이 회사가 안고 있는 심각한 균열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야근수당이 없고 교통비도 지급하지 않으며 사소한 비용을 아낀다. 한마디로 작은 비용을 절약함으로써, 신뢰 상실이라는 큰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직원들이 여름에 더운 와중에도 중앙 냉방 때문이라는 변명 아닌 변명을 해가며, 사무실 온도를 최고 38도까지 끌어올린다. 그러면서 일이 많은데 야근을 하지 않는다는 질책 아닌 질책을 풍기며 관리자들이 사무실을 돌아다닌다. 직원들이 한여름에 밖에 나가서 음료수를 마시며 밖이 더 시원하다고 말하는 것이 정상일까? 38도라는 온도는 일반적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온도로 가만히 앉아있으면 온몸에서 땀이 줄줄 흐르고, 한시간 동안 업무를 하면 호흡이 곤란해지며, 출근할때는 퇴근할때쯤 갈아입을 옷을 한벌씩 더 챙겨야 하는 웃지 못한 상황을 만들곤 한다.
나에게 이런 열악한, 아니 최악의 업무 환경을 제공하는 회사에 대한 신뢰가 생길 수 있을까? 이 회사는 류한석씨가 지적한 "신뢰 상실"은 기본이요 "건강 상실"이라는 비용까지 덤으로 챙기는 것 이다.
첫째, 바라는 결과를 명확히 알려주어야 한다.
류한석씨의 칼럼은 소프트웨어를 주제로 잡고 한 것이지만, 이 회사처럼 하드웨어 개발을 하는 경우에도 별반 차이는 없다. 고객사로부터, 또는 내부 검토로부터 요구되는 기능이 생기면 해당 기능에 대한 정확한 스펙을 잡고 해당 스펙에 맞게 일정과 인력을 구성한 후, 개발에 착수하는 것이 기본이라 생각된다. 기능 개발을 요구받아서 정확한 스펙을 요구하면 해당 기능을 요청한 고객 또는 타 부서에 요구해야 하는 것이 관리자임에도, 그 누구도 그런 요구를 하지 않고 스펙을 안 준다. 나, 개발자는 역시나 구글링을 해보고 상상력을 동원하여 기능 개발을 한다. 물론 이렇게 개발된 기능을 받아본 고객 또는 내부 인원들은 만족할 수 없고 실상 개발 안하느니 못한 일이 되어 버린다.
둘째, 위임을 적절하게 수행해야 한다.
이리 저리 뛰어다니며 3년 가까이 방방 뛴 결과는 내가 책임져야 하는 수 많은 일들이지만, 여전히 나는 회사 최말단 사원으로 최소한의 권한도 갖고 있지 않다. 이 회사에서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관리자라는 호칭을 듣는 사람들은 권한 위임을 안 하고 자기 혼자 일을 하고 개발자들에게 "도움"만을 받는다. 와중에 "도움"을 잘 주는 개발자에게는 지쳐가는 관리자의 넘쳐나는 일들을 나눠주기 시작하고 그 개발자는 "권한"없는 "책임"을 양쪽 어깨에 진 채로 역시나 지쳐간다. 펑펑 노는 많은 개발자들과 지쳐 나가 떨어져가는 소수 개발자들, 그리고 사용할 줄 모르는 "권한"을 칼집에 소이 모셔놓은채 역시나 지쳐서 쓰러져 가는 관리자들을 보고 있자면 이 회사의 앞날은 깜깜하다.
넷째, 피드백을 주고, 코칭을 하고, 경력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
신기술들이 속속 나오고, 논문 속에서만 존재하던 기술들의 구현이 요청되는 상황이지만, 관리자도 모르고 개발자도 모르니 그 기술은 구현될 수 없고, 시장 경쟁에서 회사는 밀려날 수 밖에 없다. 틈틈히 자투리 시간을 쪼개 혼자 공부하는 개발자도 있지만 역부족이다. 분명 더 많은 경험을 갖고 있고, 꼭 뛰어날 필요는 없지만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는 관리자들이 개발자들의 업무 및 생활에 대한 조언을 해줘야 하고 그들의 능력 향상을 위한 각종 교육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현실은 일이 급할 때는 개발자들을 쪼고, 한가할 때는 펑펑 놀게 놔두는 것이 관리자의 일이니, 관리받는 직원들의 능력은 정체되고 기술 중심의 회사는 정체된다.
나갈 때가 되어서 그런지 한없이 나쁜 점들만 보이고 나갈 핑계거리로 쓸만한 것들만 눈에 띄는 시기에 이런 주옥 같은 글이라니 정말 반가울 수 밖에 없다. 몇일 후, 아니 몇 주 후 제출할 퇴사 서류에 꼭 이 칼럼을 첨부하는 것이 이 회사에 할 수 있는 나의 마지막 배려 아닐까 생각된다.
한국의 많은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개발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또는 안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정신에 의한작업이다. 누가 하는 가에 따라서, 어떤 동기부여를 하는 가에 따라서, 어떤 환경에서 하는 가에 따라서, 어떻게 관리하는 가에따라서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덧글
해피씨커 2007/10/15 10:28 # 삭제 답글
이런 이야기를 윗분들에게 하면 이렇게 대답하더라구요."해피씨커씨 말이 다 맞는 말이긴 한데, 세상은 그렇지 않어. 그러니 그냥 따라와라구"
ㅡㅡ;;
머 그걸로 끝이였죠 ^^
자라 2007/10/24 17:15 # 답글
음.. 그렇죠. 정답입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