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5/11 18:41

기분 좋은 통증... <사랑니>.. Li + Fe

최근 들어서 계속되는 life 포스팅이다. 오래만에 맥스무비 사이트에 들어가서 예전 예매 내역을 보다보니 "사랑니"를 봤던 것이 기억났다. 분명 두장이 예매되어 있는 것으로 봐서는 당시에 누군가랑 같이 본 영환데 도통 누구랑 봤는지 기억이 안난다. 그다지 기대하고 본 영화도 아니었고 각종 영화 사이트 갔을때 네티즌 평점이 거의 10점 만점에 5점 정도라 사실 걱정을 하면서 예매했던 기억이 난다.

대체적인 스토리는 네이버에서 몰래 퍼와야겠다. 사실 스토리 자체는 그닥 기억이 안난다. 스토리가 그리 단순하지도 않았고 나의 전달 능력으로는 영화 내용을 왜곡할 가능성이 농후하니 그래도 남들이 쓴 것을 보여주는 것이 나을듯 싶다.

<사랑니> 정지우 감독 2005년 작
언제나 자신의 직관에 따라 똑바로 걸어 들어가는 입시 과외학원 수학 강사 조인영은 아름답고 씩씩한 여자다. 그녀의 잔잔하고 고요한 일상 속에 아련한 첫사랑의 모습을 꼭 빼닮은 17세의 이석이 학원생으로 들어온다. 인영은 자신의 첫사랑과 놀랍도록 닮은 그를 사랑하게 되고, 이석 또한 인영을 향한 마음을 숨기지 않고 적극적이다. 인영은 이름만 똑같은 게 아니라 정말 똑같이 생겼다는 혼잣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중얼거리며 첫사랑을 꼭 닮은 이석과 사랑하게 된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그러나 고교시절 동창이자 룸메이트인 정우는 이석을 직접 보고도 과거의 이석과 전혀 닮지 않았다며 인영의 사랑을 믿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교복을 입은 17세의 여고생이 학원으로 이석을 찾아온다. 한편 정우는 자신의 첫사랑과 닮았다고 착각하며 17세 이석과의 사랑에 푹 빠져 버린 인영을 보다 못해 서른 살이 된 인영의 진짜 '첫사랑 이석'을 그녀 앞에 데려 오는데…

from 네이버 영화 <사랑니>

뒷얘기가 짤려있다. 나름대로 이 영화의 반전이라는 생각에 마케팅 차원에서 자른듯 하다. 하지만 그 부분이 반전인 것을 떠나서 저 영화에 대한 얘기를 하기위해서 너무나도 중요한 부분이라 그냥 내가 공개하려고 한다. 딱히 그 내용을 안다고 해서 영화를 보는데 방해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공개하고 내 얘기를 계속 하려고 한다. 내 기억이 정확하지 않아서 정작 영화와는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 뭐...

나름대로 줄거리에서는 생략했는데 인영(김정은)은 '고등학생 이석'과 꽤나 잘 놀러다니고 꽤나 잘 지낸다. 영화 홍보시 사람들 눈길을 끌기 위해서 강조하던 아래의 대사처럼 같이 드라이브도 가고 말 그대로 잠도 잔다(아닌가 안 잤던가? 내 기억을 믿을 수가 없다)

인영: 나 걔랑 자고 싶어.

인영과 '고등학생 이석'의 사랑은 깊어만 가고 어떻게 보면 헤어나오지 못할 것처럼 보인다. 위의 줄거리에서 언급한 '17세 여고생'까지 가세하고 인영의 첫사랑에 대한 회상 및 기억과 현실이 겹치고 대비되면서 영화는 진행된다. 이런 진행 중에 보여주는 정지우 감독의 화면 구성은 상당히 화면에 몰입하게 만든다. 게다가 김정은을 그렇게도 이쁘게 잡아내다니..

어느날 인영의 룸메이트의 노력으로 인영이 만나게된 인영의 진짜 '첫사랑 이석'은 '고등학생 이석'과 전혀 다르게 생겼다. 아니 완전히 반대로 생겼다. '고등학생 이석'은 안경도 안 쓰고 생기기도 기생 오래비(?)처럼 생겼는데 '첫사랑 이석'은 안경도 뿔테요 생긴 것도 마당쇠다. 인영이 생각하던 그 '첫사랑 이석'이 아니라 정말 '누구세요?'하고 싶은 이석이 나타난 것이다.

어찌어찌하다 인영과 '고등학생 이석', '첫사랑 이석', 룸메이트가 같이 인영의 집에서 맥주를 마시게 됐다. 나름대로 질투와 경계심을 갖고 있는 '고등학생 이석'을 자연스럽게 술 자리로 끌어내서 같이 맥주를 마신다. 그런 후 곧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 속에서 인영은 30살의 나이에 첫사랑을 찾았다. 아니 첫사랑과 똑같다고 생각되는(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은)사람을 찾았다. 사실 인영의 기억 속에 있는 '첫사랑 이석'은 존재하지 않는 환상이었고 실제 사랑하는 '고등학생 이석'을만나면서 나름대로의 방어 기재로 그 환상을 사용한 것이 아닐까? 30살이라는 뭔가 상징적인 나이에 대한 방어? 드디어 사랑하게된 사람이 고등학생 밖에 안됐다는 것에 대한 각종 편견(?)에 대한 방어일까? 주저없이 학생과의 사랑을 시도하려고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는 순간 순간 인영은 고민하고 그 고민은 보는 사람에게 고스란히, 하지만 잔잔하게 전달된다.

영화의 끝이 어떻게 났는지 기억이 전혀 안난다. 도통 기억이 안난다. 그렇다고 결말 부분이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의 시선과 감정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 <사랑니>를 보고 있으면 매 장면마다 그들의 고민이 느껴지고 매 장면마다 그들의 사랑이 느껴지고 이런 점이 결말의 중요성과 반전의 중요성을 희석시킨다. 사회적으로 그닥 환영받지 못하는 사랑을 시도하려는 인영의 고민, 대체 아무 생각 없이 철없는 사랑을 꿈꾸는 '고등학생 이석', 그리고 현실 사회를 대변하는 인영의 룸메이트와 '첫사랑 이석' 등 주위에 실제로 존재하나 일부러 우리 사회가 애써 무시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사랑니>는 참 이쁘게 그려낸다.

<사랑니>는 정말 말 그대로 이쁘게 화면을 잡으면서 스토리를 진행시킨다. 영화 내내 화면은 큼직큼직하게 장면과 인물, 사물 등을 잡지만 그런 구성에도 불구하고 실제 관객이 느끼는 <사랑니>의 화면에 대한 느낌은 아기자기함과 귀여움이다. 적절한 색감을 이용하여 큼지막한 사물에서도 아기자기함, 또는 편안함을 느끼게 한 카메라 워크가 꽤나 마음에 들었다.

2005년 9월에 개봉했으니 나도 그맘때 영화관에서 봤을텐데 지금와서 생각하면 왜 그때 그렇게 공감을 느끼면서 봤었을까 싶다. 아니 사실 공감이라기 보다는 영화가 내 마음을 영화에 맞췄다고 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겠다. 게다가 이제와서 이 영화가 갑자기 떠오른 이유는 뭘까? 분명 맥스무비 예매 내역에는 수 없이 많은 다른 영화들이 있었는데도 말이다.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져서 그럴 수도 있고 여름이 다가오니(나는 봄보다는 여름을 타곤한다..)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미스테리다.

누군가 나한테 와서 "<사랑니> 어땠어? 볼만해?"라고 물어보면 당시 영화를 보고 바로나왔을때는 "어! 완전 대박!"이라고 했을 것이다. 그 당시로부터 단지 1년 9개월 정도 흘렀을 뿐인 지금 누군가 똑같이 물어본다면 저렇게 대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히려 "가슴 아플 수 있으니 마음 가다듬고 봐라"라고 얘기할 수는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가슴이 아플 것이 없는 영화지만 그냥 내 지금 마음 상태가 그닥 튼튼하지 않아서 스스로 보호하려고 스스로에게 얘기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다 써가는 시점에 처음부터 읽어보니 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는지도 모르겠고 문단 구성도 엉성하다. 그런데 그만치 내가 이 <사랑니>를 보고 모호하면서도 강렬한 뭔가를 느꼈다는 증거가 아닐까? 말이나 글로 옮기기 어려운 감정을 블로그에서 쓰려니 작성하는 나 스스로가 답답해진다.. 겉으론 신나보이고 잘 웃지만 마음 한구석은 답답하고 설명할 수 없는 이 감정이 <사랑니>의 감정이 아닐까?


덧. 인터넷에서 <사랑니>에 대한 평을 찾아보면 정말 극과 극을 달린다. 요즘 영화나 드라마처럼 반전에 매달리는 모습도 없고 자극적일 수 있는 소재를 무던하게 펼쳐보이기에 정말 영화를 보면서 영화와 같이 호흡하지 않으면 잠들기 쉬운 영화기에 그런 것 같다. 자극과 반전이 난무하는 속에 있는 몇 안되는 소중한 영화기에 가능하면 한번 정도는 꼭 봤으면 한다.

덧2. chokey님의 블로그에서 "[영화] 소년과 사랑하다 - 사랑니"라는 글을 읽다가 끝부분에 관한 부분을 읽었다. 룸메이트한테 "다시 태어나면 이석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하는 인영의 마음을 어떻게 해석해야 될까? "그 사람이 되고 싶을만큼 좋다" "함께 있을때 너무나도 좋았다" 뭐 이런 류의 말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된다. 글쎄 가슴이 찌릿찌릿 저려오는 것을 직접 보여주지 않는 한 설명할 방법은 없는 것 같다...

덧3. 맥주 한잔을 해서인지 그냥 한마디 더 덧붙이고 싶다. 만약 내가 '고등학생 이석'이라면 어떻게 할까? 아니면 '첫사랑 이석'이라면? 아니면 내가 '인영'이라면..? 글쎄 내 인생 모토인 "마음이 가는데로 가자!"가 정답 아닐까? 물론 나름대로 겁이 좀 많은 편이니 현실의 벽(아니 사회의 눈?)에 굴복할 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마음"이 가는 곳으로 가는 것이 정답이라는 생각은 여전하다.

덧글

  • chokey 2007/05/12 00:07 # 답글

    덧2의 chokey가 저군요..하하 밸리에서 들어왔다가 깜짝 놀랬습니다^^ 인영과 고등학생 이석은..잤지요ㅡㅋ 사랑니는 날씨가 너무 좋아 사랑이 그리워 질때마다 보게되는 영화예요ㅡ 역시나 사랑은 말로 표현하기엔 너무나 부족한 느낌들을 가지고 있어요ㅡ
  • 자라 2007/05/12 00:15 # 답글

    넵 >_< 맞습니다. 덧2의 chokey가 chokey님 맞습니다~

    덧글에 남겨주신 마지막 문장이 정말 명문인걸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게 사랑인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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